본문 바로가기

Machine Learning/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 2026

33시간 걸리던 계산을
35초로

  • 축소차수모델 (ROM)
  • 고유직교분해 (POD), 오토인코더, 동적모드분해 (DMD)
  • LSTM 시간 예측
  • LES (WALE) 기준 해석

원자로 안의 물이 어떻게 흐르는지 컴퓨터로 정확히 계산하려면 하루가 넘게 걸립니다. 설계를 조금 바꿔 볼 때마다 이걸 다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흐름을 통째로 계산하는 대신, 흐름의 '핵심만' 배우게 했습니다.

  • 조범진
  • 송채현
  • 송민섭
  • 외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 POSTECH 공동연구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 58 (2026)

01 — 어떤 장치 이야기인가

원자로의 열을
증기로 바꾸는 곳

원자력발전소는 결국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듭니다. 원자로에서 데운 물의 열을 다른 물로 옮겨 증기로 바꾸는 장치를 증기발생기라고 합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이름 그대로 작습니다. 작은 통 안에 증기발생기까지 넣어야 하니 자리가 빠듯합니다. 그래서 관을 용수철처럼 빙빙 감아 넣습니다. 같은 자리에 훨씬 긴 관을 넣을 수 있고, 열이 오가는 면적도 넓어집니다. 이것을 나선형 전열관 증기발생기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관을 감아 놓으면 물이 관을 따라 나란히 흐르지 않고 관을 가로질러 흐르게 됩니다. 이렇게 옆에서 가로지르는 흐름을 횡유동이라고 합니다.

02 — 무엇이 문제인가

관 뒤에서 물이 소용돌이칩니다

물이 관에 부딪히면 관 뒤쪽에 회오리가 생깁니다. 바람이 전봇대를 지날 때 뒤가 어수선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이 회오리가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이 흐르는 방향전열관관 뒤의 소용돌이 — 좌우로 흔들립니다
개념도. 소용돌이가 오가는 주기가 일정하지 않아, 짧게 본 몇 장면으로는 전체를 대표할 수 없습니다.
  • 관이 떨립니다

    회오리가 좌우로 오가면 관을 밀었다 당겼다 합니다. 오래 반복되면 관이 상할 수 있습니다.

  • 열이 고르지 않게 전달됩니다

    어떤 자리는 물이 잘 지나가고 어떤 자리는 잘 안 지나갑니다. 그러면 열도 고르게 오가지 않습니다.

  • 박자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시계추처럼 규칙적으로 왔다 갔다 하면 차라리 예측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회오리는 어떤 때는 오래 머물고 어떤 때는 금방 넘어갑니다.

03 — 왜 어려운가

정확하게 계산하면
너무 오래 걸립니다

물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아주 잘게 쪼개서 하나하나 계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작은 소용돌이까지 놓치지 않는 정밀한 방법이라 결과는 믿을 만합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이 연구에서 물이 흐르는 0.2초를 계산하는 데 33시간 24분이 걸렸습니다. 관 간격을 조금 바꿔 보고 싶을 때마다 하루 반씩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얻은 결과는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흐름 그림 한 장이 숫자 22,878 개입니다. 장면은 3,000 장이고, 다 합치면 5기가바이트가 넘습니다.

04 — 생각을 바꾼 지점

흐름을 통째로 다루지 않습니다

노래 한 곡을 떠올려 보세요. 소리의 흔들림을 1초에 4만 번씩 전부 적으면 파일이 아주 커집니다. 그런데 사실 그 소리는 몇 가지 음이 겹쳐 있는 것입니다. 어떤 음이 얼마나 섞였는지만 적으면 훨씬 작아집니다.

흐름도 똑같습니다. 22,878 개의 숫자가 제각각 노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대표 모양이 겹쳐 있을 뿐입니다. 큰 소용돌이 하나, 그보다 작은 것 하나, 더 잔잔한 무늬 하나 하는 식입니다.

앞에서부터 50 개만 남기면 원래 흐름의 96 % 가 되살아납니다. 그러면 그림 한 장이 숫자 22,878 개가 아니라 숫자 50 개가 됩니다.

원래 흐름

숫자 22,878 개

되살린 흐름

숫자 6 개

52550
되살아난 에너지
62%
줄어든 정도
3,813배

앞의 네 모양

01
02
03
04

모양은 고정되어 있고,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것은 그 앞에 붙는 숫자(아래 막대) 하나뿐입니다.

개념도. 손잡이를 끝까지 밀어도 남는 차이가 압축하면서 잃어버리는 잔결입니다.

05 — 다음을 맞히기

숫자 50개의 다음 값만 맞히면 됩니다

여기까지 오면 문제가 훨씬 간단해집니다. 그림 전체를 맞힐 필요 없이, 숫자 50 개가 다음 순간에 얼마가 될지만 맞히면 되니까요.

그 일을 하는 것이 LSTM 이라는 신경망입니다. 휴대전화 자판이 다음에 칠 단어를 미리 보여 주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앞에 무엇이 나왔는지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을 짐작합니다. 여기서는 단어 대신 숫자 50 개의 다음 값을 짐작합니다.

앞의 0.4초를 보여 주고 학습시킨 다음, 그 뒤 0.2초를 맞혀 보게 했습니다. 정답은 알고 있으니 얼마나 맞혔는지 셀 수 있습니다.

06 — 세 가지를 나란히 놓고

대표 모양을 뽑는 방법이 여럿입니다

이 연구가 한 일 중 하나는 세 방법을 똑같은 데이터, 똑같은 조건에 놓고 비교한 것입니다. 보통은 각자 자기 방법만 써 보고 끝나는데, 그러면 어느 쪽이 나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

  • POD

    큰 것부터 순서대로 뽑습니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가진 모양이 1번, 그다음이 2번 하는 식입니다.

  • DMD

    흔들리는 빠르기별로 뽑습니다. 느리게 출렁이는 것과 빠르게 떠는 것을 나눠 담습니다.

  • 오토인코더

    신경망이 압축하는 방법 자체를 스스로 찾아냅니다. 규칙을 사람이 정해 주지 않습니다.

맞힌 정도

맞힌 정도
방법배운 구간맞혀야 할 구간
POD가장 잘 맞힘0.9970.970
Autoencoder0.9890.948
DMD0.9970.941

R² 는 얼마나 잘 맞혔는지를 재는 값입니다. 1 이면 완전히 맞힌 것이고, 0 이면 그냥 평균값을 말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뜻입니다.

POD 가 가장 잘 맞혔습니다. 큰 소용돌이를 살리는 데 강했기 때문입니다. 오토인코더는 잔잔한 잔결을 더 잘 살렸고, DMD 는 시간이 갈수록 어긋났습니다. 관 사이가 좁아 흐름이 크게 눌려 있는 이 경우에는 큰 구조를 잘 잡는 쪽이 유리했습니다.

07 — 얼마나 빨라졌나

33시간 24분이 35.5초가 됐습니다

학습이 끝난 모델로 같은 구간을 예측하는 데 35.5초가 걸렸습니다. 약 3,388배입니다. 이 정도면 발전소가 돌아가는 동안 옆에서 나란히 돌릴 수 있습니다. 실제 발전소와 짝을 이뤄 함께 돌아가는 컴퓨터 속 쌍둥이(디지털 트윈)가 가능해지는 지점입니다.

촘촘한 계산 (LES)33시간 24분학습된 모델 · 35.5초실제보다 굵게 그림 (0.030 %)3,388배 빠릅니다같은 구간 · 같은 장면 1,000 장
모델을 한 번 만드는 데는 29초가 더 듭니다. 그 뒤로는 계속 씁니다.

08 — 아직 안 되는 것

이걸로 계산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 멀리 갈수록 어긋납니다

    맞혀야 할 구간이 길어질수록 오차가 쌓입니다. 짧게 앞을 내다보는 데는 쓸 만하지만, 오래 두면 흐트러집니다.

  • 잔결은 놓칩니다

    큰 소용돌이는 잘 살리지만 잘게 떨리는 부분은 압축하면서 뭉개집니다. 1초에 150번보다 빠르게 떠는 성분은 절반 넘게 틀립니다.

  • 조건 하나에서만 배웠습니다

    물이 들어오는 속도와 관 배치를 하나로 고정해 두고 학습시켰습니다. 조건이 달라지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 속도의 방향은 아직입니다

    지금은 물이 얼마나 빠른지만 맞힙니다. 어느 쪽으로 가는지는 다음 과제입니다.

  • 납작한 단면입니다

    3차원 전체가 아니라 잘라 낸 한 면을 다뤘습니다. 3차원으로 늘리면 데이터가 수십 배로 불어납니다.

이 연구가 한 일은 '계산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까지 대신 쓸 수 있는지 선을 긋는 것'입니다.

09 — 정리

한 줄로 줄이면

  • 복잡한 흐름을 50개 숫자로

    그림 한 장이 숫자 22,878 개였는데 50 개가 됐습니다. 그러고도 원래의 96 % 가 남습니다.

  • 3,388배 빨라졌습니다

    33시간 24분 걸리던 계산이 35.5초가 됐습니다. 정확도는 R² 0.97 입니다.

  • 세 방법을 나란히 비교했습니다

    같은 데이터, 같은 조건에 놓고 쟀습니다. 다음 사람이 무엇을 고를지 정할 근거가 생겼습니다.

  • 한계도 숫자로 적었습니다

    어디까지 믿을 수 있고 어디부터는 아닌지를 함께 밝혔습니다.

출처

Bumjin Cho, Chaehyeon Song, Minseo Lee, Joongoo Jeon, Minseop Song, “Efficient prediction of turbulent cross flow in helical coil steam generators of SMR via deep learning-driven reduced-order models,”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 58 (2026) 104328.

doi.org/10.1016/j.net.2026.104328이 논문은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CC BY-NC-ND 4.0).

앞선 발표

NURETH-21, 2025

이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지원(No. GTL24031-000)과 한양대학교 교내연구지원사업(HY-202200000003004)으로 수행되었습니다.

논문 실적에서 보기